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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연재]조용숙시인의 詩가 있는 하루시 파는 사람/ 이상국

시 파는 사람

 

이상국

 

젊어서는 몸을 팔았으나

나도 쓸데없이 나이를 먹은 데다

근력 또한 보잘 것 없었으므로

요즘은 시를 내다 판다

그런데 내 시라는 게 또 촌스러워서

일 년에 열 편쯤 팔면 잘 판다

그것도 더러는 외상이어서

아내는 공공근로나 다니는 게 낫다고 하지만

사람이란 저마다 품격이 있는 법,

이 장사에도 때로는 유행이 있어

요즘은 절간 이야기나 물푸레나무 혹은

하늘의 별을 섞어내기도 하는데

어떤 날은 서울에서 주문이 오기도 한다

보통은 시골보다 값을 조금 더 쳐주긴 해도

말이 그렇지 떼이기 일쑤다

그래도 그것으로 나는 자동차의 기름도 사고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는데

가끔 장부를 펴놓고 수지를 따져보는 날이면

세상이 허술한 게 고마워서 혼자 웃기도 한다

사람들은 내 시의 원가가 만만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사실은 우주에서 원료를 그냥 퍼다 쓰기 때문에

팔면 파는 대로 남는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시 파는 집 간판을 내리지 않을 작정이다

 

 

 

감상

역시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처럼 이상국 시인의 시는 믿고 읽어도 좋은 시입니다. 진정성이 있어서 가슴으로 다가오는 시라서 참 편안하게 잘 읽힙니다. 처음 시작도 재미있습니다. 젊어서는 몸을 팔았는데 요즘에는 나이 먹고 근력 또한 보잘 것 없어서 시를 내다 판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 시라는 게 또 촌스러워서/일 년에 열편 쯤 팔면 잘 판다/그것도 더러는 외상이어서/아내는 공공근로나 다니는 게 낫다고 하지만/사람이란 저마다 품격이 있는 법,”

자신의 시가 촌스러워서 일 년에 열편 팔면 잘 판 거라는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또 더러는 외상이어서 아내는 차라리 공공근로나 다니는데 낫다고 말하지만, 삶의 품격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는 본업이 된 상황입니다.

어쩌면 시인으로 사는 궁핍한 현실을 해학으로 풀어가는 부분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 시인이 일 년에 열편 팔면 정말 많이 판 것에 속합니다. 또 문단의 현실이 워낙 어려워서 원고료를 못 주는 잡지들도 허다하니 공공근로나 다니는 편이 낳은 상황이지요. 그런데 돈보다 더 중요한 품격 때문에 시 파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이 장사에도 때로는 유행이 있어/요즘은 절간 이야기나 물푸레나무 혹은/하늘의 별을 섞어내기도 하는데”

그런데 이 장사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네요. 그렇지요. 무엇이든 당시 시장 분위기를 읽는 것이 중요한 법이니 시를 쓰는 일에도 유행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인가 봅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자꾸만 웃음이 삐죽삐죽 새어나오게 만듭니다.

“어떤 날은 서울에서 주문이 오기도 한다/보통은 시골보다 값을 조금 더 쳐주긴 해도/말이 그렇지 떼이기 일쑤다/그래도 그것으로 나는 자동차의 기름도 사고/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는데”

지방에 있는 시인한테 서울문단에서 청탁이 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요. 가끔은 서울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서울은 시골보다 값을 더 쳐주지만 그조차도 떼이기 일쑤라는 말에서 또 한 번 웃습니다. 그래도 그 돈으로 자동차에 주유도 하고 아이들에게 용돈도 주니 꽤나 유용하게 쓰이는 돈벌이입니다.

“사람들은 내 시의 원가가 만만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사실은 우주에서 원료를 그냥 퍼다 쓰기 때문에/팔면 파는 대로 남는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서다/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시 파는 집 간판을 내리지 않을 작정이다”

사람들은 시 한 편이 꽤나 값이 나가는 걸로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뜻이 깔려 있는 구절입니다. 그래도 작은 액수이지만 원료를 우주에서 퍼다 쓰기 때문에 팔면 그대로 남는 장사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적 화자는 죽을 때 까지 시 파는 집 간판을 내리지 않을 작정이라고 합니다.

원재료 값이 안 들어가는 장사 이것 참 해 볼만 한 것도 같습니다. 무릇 시인이라 하면 이 정도 마음의 여유와 능청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바싹 가뭄 든 마음에 물꼬라도 터놓아야겠습니다.

 

 

조용숙 시인

2006년 詩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모서리를 접다>

 

 

조용숙시인  whdydtnr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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