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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연재]조용숙시인의 詩가 있는 하루아지매는 할매되고/ 허홍구

아지매는 할매되고

 

허홍구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 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감상

어느새 날도 더워지는 것 같아서 재미있는 시 한 편 골라봤습니다. 누구에게나 편하게 읽힐 이야기 시 인데요. 입담 좋은 선배와 술 마시면서 있었던 정황이 시가 되었습니다. 술을 시키면 안주가 떨어지고 안주를 시키면 술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면 돈이 떨어질 테고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집 곰보 주인이 눈에 띄었던 게죠. 그래서 입담 좋은 선배가 한 마디 거하게 건넵니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렇지요. 괜히 주모겠습니까?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안주 안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역시 주모는 우리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았습니다. 입담 좋은 선배의 말을 맞받아치는 주모의 입담이 한껏 흥미를 더해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던 게지요.

“십 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

십 수 년 이라는 세월이 지났어도 주모의 입담은 하나도 늙지 않았습니다. 이런 선술집을 하다보면 얼마나 짖꿎은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까 싶습니다. 온갖 삶의 풍상을 다 겪은 주모의 입에서 나오는 입담이 바로 살아있는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용숙 시인

2006년 詩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모서리를 접다>

 

조용숙  whdydtnr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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