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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연재]조용숙시인의 詩가 있는 하루아쿠아리우스 /최호일

아쿠아리우스

 

 

최호일

 

나는 물 한 그릇 속에서 태어났다

은하가 지나가는 길목에 정한수 떠있는 밤

물병자리의 가장 목마른 별 하나가

잠깐 망설이다 반짝 뛰어 들었다

물은 수시로 하늘과 내통한다는 사실을

편지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는 알았던 것이다

달마다 피워 올리던 꽃을 앙 다물고

그이는 양수 속에서 나를 키웠다

그 기억 때문에 목마른 사랑이 자주 찾아 왔다

지금도 물 한 그릇을 보면 비우고 싶고

물병 같이 긴 목을 보면 매달리고 싶고

웅덩이가 있으면 달려가 고이고 싶다

어디 없을까 목마른 별 빛

물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멎을 때까지

아주 물병이 되어 누군가를 적셔주고 싶다

아니, 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에게

눈물 섞인 술 한 잔 얻어 마시고

취한 만큼 내 안의 고요를 엎지르고 싶다

한밤중의 갈증에 외로움을 더듬거려

냉장고 문을 열면, 그리웠다는 듯

반짝 켜지는 물병자리 별 하나

 

 

감상

시 제목이 ‘아쿠아리우스’ 물병자리인데요. 자신이 태어난 별자리로부터 생의 근원을 유추해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멋집니다.

“나는 물 한 그릇 속에서 태어났다”

참 재미있는 말 이예요. 물 한 그릇 속에서 태어났다는 말이 참 생소한 것 같지만 우리 모두는 물 한 그릇 속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지요. 엄마의 자궁 안에 있는 양수를 뚫고 태어난 생이니까요.

“은하가 지나가는 길목에 정한수 떠있는 밤/물병자리의 가장 목마른 별 하나가/잠깐 망설이다 반짝 뛰어 들었다”

옛날에는 아기를 점지해달라고 정한수 떠 놓고 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늘에도 정한수처럼 떠 있는 물병자리가 있었고, 그 물병자리에서 잠깐 망설이던 별 하나가 지상으로 뛰어내리면서 한 생명이 잉태되었다는 말인데요.

“물은 수시로 하늘과 내통한다는 사실을/편지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는 알았던 것이다

참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물은 여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당연히 여성을 상징하는 물이 남성을 상징하는 하늘과 내통한다는 것을, 편지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도 알고 계셨습니다. 남녀의 사랑은 글 이전의 본질적인 진리였던 것이지요

“달마다 피워 올리던 꽃을 앙 다물고/그이는 양수 속에서 나를 키웠다”

여성이 생명을 잉태하면 생리를 멈추고 양수 속에서 아기를 키워냅니다

“그 기억 때문에 목마른 사랑이 자주 찾아 왔다/지금도 물 한 그릇을 보면 비우고 싶고/물병 같이 긴 목을 보면 매달리고 싶고/웅덩이가 있으면 달려가 고이고 싶다”

네 맞습니다. 어머니 자궁 안에 있는 양수 속에서 자란 기억 때문에 늘 사랑에 목말랐던 것이고, 지금도 물을 보면 그냥 다 들이켜서 물과 하나가 되고 싶고, 물병 같이 긴 목을 보면 매달리고 싶다고 하네요. 또 웅덩이 역시 여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어디 없을까 목마른 별 빛/물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멎을 때까지/아주 물병이 되어 누군가를 적셔주고 싶다”

이 부분에서는 시적 화자 자신이 물을 담는 물병이 되어서 물의 심장이 멎을 때까지 누군가를 적셔주고 싶다고 합니다. 에로틱한 성적 메타포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밤중의 갈증에 외로움을 더듬거려/냉장고 문을 열면, 그리웠다는 듯/반짝 켜지는 물병자리 별 하나”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천하의 진리일진데 시적화자는 홀로 외로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밤에 잠에서 깨어 냉장고 물을 열면 그리웠다는 듯 반짝 켜지는 물병자리 별 하나가 자기 자신처럼 느껴졌을 테지요. 물병자리라는 상징을 통해 생의 본질을 더듬는 묘사가 탁월합니다.

 

 

조용숙 시인

2006년 詩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모서리를 접다>

 

조용숙시인  whdydtnr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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